[인터뷰ㅣ창업] 레스토랑 쵸이 최수연 : 베를린에서 만나는 한식 파인다이닝

©독밥/서다희

2018년 11월, 베를린 프렌츨라우어베르크 지역에 문을 연 한식당 ‘쵸이’는 조금 특별하다. 6 코스로 이루어진 3가지 메뉴에 와인 페어링이 더해진다. 한식당에서 자주 보던 흔한 메뉴가 없다. 바 형식으로 되어 있는 내부는 원목 소재를 사용해 차분한 분위기다. 공간 하나하나, 여백 하나하나에도 정성을 담았다.

베를린에서 ‘힙’하다고 하는 한식당은 키치하거나 캐주얼한 콘셉트를 내세운 곳이 많았다 . 시끌벅적한 공간에서 가볍게 혹은 빠르게 한 끼를 해치운다. 젊은 사람들이 많은 도시에는 그런 컨셉이 더 적절해 보인다. 그래서 베를린에서 ‘프리미엄 한식’ ‘한식 파인다이닝’ 같은 키워드는 쉽게 접하기 힘들다. 쵸이의 등장이 더 반가운 이유이며, 동시에 여러 가지 의문도 가지게 된다. 쵸이 최수연 대표의 이야기부터, 한식당 오픈을 꿈꾸는 이들이 솔깃해할 실전 과정까지 독밥이 물어봤다.


-독일 삼성에서 10년간 일하다가 한식당을 차렸다. 회사를 그만둔 이유는?

기업에서 5~6년 정도 일하고 나니 번아웃이 왔다. 컴퓨터 앞에서 데이터를 다루는 게 주 업무였는데, 본래 사람을 만나고 교류하는 일이 내 적성에 잘 맞았다. 막연히 좋아하는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고, 장기적으로 준비했다.

-한식당을 하겠다 마음먹은 이유는?

일단 먹는 걸 좋아한다(웃음). 요리 연구가인 어머니 덕분에 어릴 적부터 워낙 잘 먹고 자랐다. 그러다 10년 전 독일에 와 문화 충격을 받았다. ‘독일 속 한식’에 대해서도 아쉬울 때가 많았다. 프로젝트 매니저로 일하며 외부 미팅이 많았는데, 한식을 소개하고 싶어 종종 한식당을 찾았다. 당시엔 오래전 시간이 멈춘 듯한 모습과 메뉴를 가진 식당이 많았다. 내가 먹어온 한식, 내가 좋아하는 지금의 한식을 보여주고 싶었다.

-회사에 다니면서 준비했다고 들었다.

근무 외 시간을 이용해 틈틈히 준비했다. 부동산을 알아보고, 레시피를 만들어 연습하고, 개인적으로 와인의 세계에 푹 빠져 와인소믈리에교육(WSET)도 이수했다. 회사를 그만둔 후엔 리서치도 하고 실전 경험도 쌓기 위해 베를린의 한 식당에서 일했다.

모던한 디자인이 돋보이는 쵸이의 실내. ©독밥/서다희

대기업 퇴사 후,
베를린에서 한식당을 열기까지

-프랑크푸르트에서 계속 살았다. 베를린으로 온 이유는?

처음엔 프랑크푸르트에서 식당을 열 생각이었는데, 임대료가 너무 비쌌다. 고민하던 차에 앞서 베를린에 자리를 잡은 동생이 베를린을 제안했다. 다국적 문화에 개방적이고, 여느 대도시보다 저렴해 첫 비즈니스를 하기에는 좋다고 추천했다. 

-식당 자리를 구하는 과정은?

회사를 그만두겠다 마음먹었지만 가게 자리가 생각보다 빨리 구해지지 않아서 조바심이 났다. 30~60크바 규모의 작은 식당을 계획했는데, 쉽지 않더라. 부동산 웹사이트를 샅샅이 뒤지고 기회가 되는 대로 찾아가 확인하고, 발품을 팔았다. 그러다 지금 자리를 발견했는데, 딱 원하던 크기에 느낌도 좋았다. 이전에 한국인이 타투숍을 하던 곳이어서 그런지 집주인도 호의적이었다. 바로 계약했다. 

– 부동산 계약에서 식당 오픈까지 과정은?

타투숍으로 운영되었던 곳이어서 용도변경부터 시작해야 했다. 계약을 마친 후 허가부터 인테리어 공사까지 6개월 걸렸다. 비용은 6만 유로(약 8천412만 원, 2020/ 8/25 환율 기준)를 예상했는데 결과적으로 10만 유로 이상(약 1억 4천19만 원) 들었다. 한국 기준으로 보면 그렇게 높은 비용이 아니다. 

-독일에서의 개업, 준비 과정이 길고 어렵다던데.

‘정확한 독일인’에 대한 인식과는 달리, 많은 경험자가 공감하는 말이 있다. “(인테리어)공사는 제때 끝나는 법이 없다.” 물론 인테리어 공사라는 게 하다 보면 추가하고 보충할 일들이 많다. 중요한 것은 전문가라고 무조건 믿고 맡기지 말고 하나하나 다 체크해야 한다는 것! 공사장에 나가 지켜보지 않으면 잘못되는 경우가 꽤 많다.
공사가 끝나면 여러 가지 안전과 질서를 담당하는 오드눙스암트(Ordnungsamt)와 보건청인 게준트하이츠암트(Gesundheitsamt)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위생 상태는 물론 손님과 직원의 안전, 권리까지 고려해 시설 체크를 한다. 쵸이의 경우 입구에 계단이 있는데 휠체어를 탄 손님이 입장할 경우 문제가 됐다. 하지만 좁은 입구에 시설을 따로 설치하기 어려워 휠체어를 위한 발판을 제공하고 이를 안전하게 이동시키는 시뮬레이션까지 꼼꼼히 준비해야 했다.

한식 파인다이닝, 베를리너들의 반응은?

-쵸이는 코스요리만 제공한다. 이런 컨셉을 생각한 이유는?

이미 베를린엔 한식당이 많다. 쵸이만의 특별함이 있어야 했고, 한식에 어울리는 와인과의 페어링을 선보이고 싶어 코스 요리로 컨셉트를 잡았다. 메인 메뉴는 고기/생선/채식 3가지 6 코스 ‘스페셜 셋트’ 이며 추가 단품 메뉴로 구절판, 모둠전 등이 있다.

-‘일반 한식’과는 다른 요리들이 눈에 띈다. 메뉴 개발은 어떻게 했나?

기본적인 요리법, 식자재 손질 및 관리 등은 어머니로부터 배웠다. 여기에 독일의 식재료와 현대적인 입맛, 미감을 조화시키는 일은 내 몫이다. 이를 위해 온 & 오프라인으로 다양한 리서치를 한다. 한국의 유명 셰프의 유튜브도 보고 베를린의 힙한 레스토랑도 탐방하고. 또 어머니가 종종 한국의 최신 트렌드, 참고할 만한 레시피 등을 제보해 주신다.

– 식재료부터 남다를 것 같다.

신선한 고품질 재료, 한식 식재료를 구하는 데 공을 많이 들인다. 로컬 식재료는 전날 혹은 당일 LPG 비오마르크트, 프레시파라디스 등에서 산다. 한식의 기본인 장류는 이곳에서 살 때도 있지만 한국에서 어머니가 직접 담근 것, 명인의 제품 등을 공수해오기도 한다. 독일에서 찾기 힘든 액젓, 해조류나 건 나물류도 마찬가지.

쵸이의 스페셜 셋트 메뉴

쵸이의 시그니처 단품 메인 구절판. ©독밥/서다희

손님들의 반응이 궁금하다.

규모가 작고 실내의 경우 바 구조라 손님들의 반응이 바로바로 보인다. 요리 하나하나 음미하고 즐기는 사람들을 보면 신이 난다. 이번 시즌 셋트 메뉴 중 쵸이의 시그니처 단품 메뉴인 구절판을 내는데, 한 코스를 위해 9가지 재료를 다듬고 조리하며 이렇게까지 할 일인가 싶다가도 즐거워하는 손님을 보면 피로가 싹 가신다. 물론 냉담한 손님도 있다. 그럴 땐 우울하고 상처도 받지만, 그 이유가 무엇인지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으려 노력한다.

-한식 파인다이닝, 특별히 어려운 점이 있다면?

이미 고급화된 이미지를 가진 일식과는 달리 ‘고급 한식’의 콘셉트를 인지시키기가 쉽지 않다. 이들을 설득하려면 ‘감동’을 주어야 한다. 수준 높은 메뉴와 와인 리스트는 물론이고 분위기, 서비스까지 세세히 신경 쓴다. 힘들기도 하지만 재미도 있고 오기도 생긴다 .

-그 밖의 애로사항

육체적으로 정말 힘들다. 자기관리가 필요하다. 운동도 하고 지구력과 체력이 있어야 한다. 또 쉬는 날이 거의 없다. 코로나 이후 일주일에 이틀을 쉬는데, 세무 처리를 비롯한 서류 정리, 개인적인 볼일, 집안일 등으로 시간이 훌쩍 간다.

코로나 사태, 어떻게 극복했나.

1년 여 간의 노력으로 매출에도 탄력이 붙고 흥이 나던 참이었는데, 코로나가 찾아왔다. 재빨리 테이크아웃 메뉴 ‘ Choi’s Choice’를 만들었다. 돈을 번다기보다 기존 고객 및 신규 고객에게 홍보 및 서비스를 제공하는 차원으로 임했다. 또 코로나로 인해 타격을 입은 업계 친구들, 재주 많은 지인들을 모아 ‘공생 프로젝트’도 진행했다. 힘든 시기였지만, 쵸이를 응원하는 찐 고객들도 만나고 새로운 네트워크도 쌓는 기회도 얻었다.

– 직장인 시절에 비해, 수익은 어느 정도?

매출로 따지면 회사에서 일할 때보다 30~40%는 더 버는 것 같다. 하지만 비용 지출이 훨씬 더 많다. 좋은 것, 예쁜 것을 보면 쵸이에 두면 어떨까 생각하게 되니 지출에서도 워라밸이 안된다.

-그래도 회사를 관두고 식당을 낸 데 후회는 없는가.

힘들긴 한데 아직 전투력이 있다(웃음). 또 내 적성엔 이 일이 맞다. 후회는 없다.

쵸이 최수연 대표. ©독밥/서다희
지난 5월 ‘공생 프로젝트’로 진행한 어머니의 날 선물 바구니. ©독밥/서다희

-독일에 한식당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여전히 비전이 있다고 보는가.

그렇다. 한국에 대한 기본적인 인지도가 상승하긴 했지만, 여전히 한식은 새롭다. 한식 팬을 제외하곤 대부분 한식 하면 김치, 비빔밥, 불고기 정도 안다. 다채로운 맛, 영양도 놓고 건강에도 좋은 한식은 독일인들에게 충분히 통할 것이다. 몇 년 전부터는 한국 요식업계에서 활약하던 사람들이 건너와 다양한 종류와 테마의 한식을 선보인다. 한식의 고급화에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겠지만, 나 또한 이에 기여할 수 있다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쵸이의 앞으로의 계획은?

코로나19 이후 뉴노멀 시대가 시작됐다. 레스토랑이 아닌 집에서도 쵸이의 음식을 즐길 수 있도록 Choi’s CHOICE 제품을 만들었다. 김치며 장아찌, 맛간장 등 온&오프라인으로 판매할 예정이다. 그리고 언젠간 미쉐린 스타에도 도전!

-한식당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1. 먼저 한식당 3여 곳에서 일해본다. 잘 되는 곳과 잘 안 되는 곳에서 각각 경험을 쌓으면 도움이 된다.
  2. 공사할 때 플래너를 두길 추천한다. 분야별로 필요한 인력이 각각 다른데 예산에 맞으면서도 실력 좋은 인력을 구하는 것이 쉽지 않다. www.my-hammer.de와 같은 웹사이트와 집주인이 가진 네트워크를 이용해 볼 것.
  3. 좋은 재료를 쓰고, ‘퀄리티’를 보여주어 한다. 다같이 한식을 업그레이드 시키면 좋겠다. D

인터뷰: 독밥
정리: 이유진
사진: 
서다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