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를 위기로,밀키트 스타트업 이지쿡아시아

코로나19가 바꾸고 있는 문화가 있다. 바로 홈코노미(Home + Economy)의 급격한 성장이다. 요식업계도 마찬가지다. 특히 외출자제령과 영업금지령이 떨어진 독일에서 이 현상은 더 두드러진다. 

지금 독일 대부분의 주에서 식당은 포장과 배달 영업만 할 수 있다. 독일은 평소 배달 문화가 발달하지 않은 곳이다. 다행히 이전에 선도적으로 포장 배달 시스템을 갖춰 놓은 식당들은 그나마 살길을 이어가고 있고, 당장 시스템을 바꿔야 하는 많은 식당이 어려움을 겪었다. 

(c)dokbab/Yujin Lee

그리고 여기 베를린, 코로나19 속에서 아시아 음식 밀키트 스타트업을 하는 이지쿡아시아(easycookasia)가 관련 업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이민철 대표가 운영하는 이지쿡아시아는 지난해 중순에 시작된 신생 스타트업이다. 

이지쿡아시아의 변화는 꽤 극적이다. 코로나19가 중국에 이어 한국에서 확산되었을 때 ‘아시아’를 내세운 이 회사는 독일에서 어려움에 처한 것처럼 보였다. 아시아 식품점, 아시아 식당, 길거리 등 독일 곳곳에서 아시아인들이 겪는 인종차별이 끊임없이 보도되고 있었다.

‘한국박스’, ‘중국박스’ 이렇게 나라를 대표로 하는 요리 박스를 판매하고 있을 때다. 이 대표도 “독일인들이 아시아 박스를 기피하는 현상이 있었다”고 전했다.

많은 스타트업이 그렇듯 이지쿡아시아도 계속해서 피드백을 받아 거침없는 변화를 꾀했다. 처음에는 베를린 도심에 사는 젊은 층을 타깃으로 했는데, 정작 밀키트 박스를 원하는 이들은 시 외곽에 사는 사람들이었다. 도심에는 쉽게 방문할 수 있는 아시아 식당이나 아시아 슈퍼가 이미 많이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다양한 재료나 음식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는 외곽 거주자들의 수요가 높았다. 

이지쿡아시아는 상품의 구성을 바꿨다. ‘현지 슈퍼에서 쉽게 살 수 있는 신선식품은 빼고, 소스나 양념 등 아시아마켓에서만 살 수 있는 재료만 담았습니다. 보관 기간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어 배송 범위도 더 확대할 수 있었죠.’

이지쿡아시아는 메뉴별 박스(좌)로 바꾸고, 신선제품을 제외하고 보관기간이 넉넉한 재료(우)만 배송한다 (c)dokbab/Yujin Lee

독일 코로나 19 위기의 한 중간에서 이지쿡아시아는 이렇게 새로운 상품을 출시했다. 나라를 내세운 박스가 아니라 각 나라의 대표 요리인 비빔밥, 마파두부, 락사커리 등 주요 메뉴를 중심으로 구성했다. 소비자들이 좀 더 간편하고 부담없이 주문할 수 있는 사이즈다. 

반응은 좋다. “3월 초반에는 아시아 음식에 대한 거부감이 있어 매출이 많이 올라가지 않았습니다. 3월 말쯤 되니 매출이 다시 오르기 시작했어요. 외출자제령으로 집에서 요리하는 일이 더 많아지면서 한국음식을 포함해 다양한 음식을 더 먹어보고 싶은 욕구가 생기는 것 같아요. 매일 파스타나 빵만 먹을 수는 없으니까요.” 

그 중 인기가 좋은 박스가 바로 김치 키트라고 한다. “직접 김치를 담가 먹을 수 있는 김치 박스가 있는데, 김치가 면역력을 강화한다는 것이 알려져 그런지 제품 문의가 많아졌습니다.”

베를린의 코로나19 대응 스타트업 지원

이지쿡아시아는 유럽소셜펀드의 지원을 받고 있는 스타트업이라서 코로나19로 인한 생존 위협을 직접적으로 느끼지는 않았다. 창업 멤버(현재 3명) 모두 월 2,000유로(약 266만 원)를 받을 수 있는 장학금인데, 올해 6월까지 지원을 받았다고 한다. 

독일 전역에서 프리랜서 및 소규모 사업자를 대상으로 지원하는 ‘즉시지원금’도 큰 도움이 됐다. 이 대표는 즉시지원금으로 베를린시와 연방정부 지원금 총 1만4000유로를 받았다. 스타트업 지원금도 받고 있고, 직접적인 매출 피해가 있는 건 아니었지만 신속한 일괄지원으로 무리없이 지원금을 받을 수 있었다고 한다.

이지쿡아시아와 함께 스타트업 지원제도를 소개하는 베를린 스타트업 인큐베이터 (c) Startup Incubator HWR Berlin

스타트업 에코시스템이 활발한 베를린에서는 코로나19 위기에 직면한 스타트업 지원 정책도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스타트업 투자 담당기관은 매일매일 영어로 자료를 만들어 정부 지원 정보 등을 업데이트해주고 있다. 베를린시는 지난 4월 8일 “스타트업 지원을 3배로 늘린다”고 밝혔다. 베를린시는 “베를린은 독일 스타트업의 중심지로 투자액으로는 유럽에서는 2번째로 규모가 큰 도시다. 코로나19 위기 이후에도 이러한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 현재 신생 스타트업 지원 규모를 3배로 늘린다. 창업자 100명에게 추가로 장학금을 지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지쿡아시아를 지원하고 있는 스타트업 인큐베이터는 이지쿡아시아 사례와 함께 장학금 프로그램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코로나 위기를 겪으며 우리 회사가 케어를 받고, 든든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독일인도, 유럽인도 아니지만 혜택과 지원에 어떠한 차별도 겪지 않았다’면서 ‘지금 우리가 독일 정부에서 지원을 받고 회사가 성장하고 매출이 늘어나면 당연히 세금도 많이 내야 한다. 이런 일을 겪고나니 정말 세금을 많이 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이지쿡아시아는 이미 창업지인 독일을 넘어서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홈코노미’는 독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이지쿡아시아의 박스는 독일에서도, 중국에서도, 한국에서도, 미국에서도 필요한 박스가 된 것이다. 이 대표는 이미 중국 측 투자자의 제의를 받아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귀띔했다. 이지쿡아시아가 독일을 넘어 중국, 한국에서도 주문할 수 있을 날이 머지 않은 것 같다. D

※ 참고자료: http://kofice.or.kr/c30correspondent/c30_correspondent_02_view.asp?seq=177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