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취업] 도이체텔레콤 김주훈: 시장이 원하는 직업에 주목하라

독일 대기업 도이체텔레콤(Deutsche Telekom)에 한인 과학자가 일한다는 소식을 듣고 독밥이 찾아갔다. 도이체텔레콤이 운영하는 허브라움 코워킹 스페이스에서 김주훈 박사를 만났다.

도이체텔레콤에서 일하는 김주훈 박사ⓒ독밥/서다희

김주훈 박사는 도이체텔레콤에서 기술혁신 전략을 짠다. 한국에서는 전자공학, 베를린공대(TU)에서 컴퓨터공학 석박사를 마쳤다. 이후 도이체텔레콤에서 포닥을 거쳐 계속 일하고 있다. 

-기술혁신 전략. 구체적으로 어떤 일인가?
텔레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소위 요즘 뜨고 있는 IoT, 5G, VR 등의 기술혁신을 실제에 어떻게 이용하고, 제품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전략을 짠다. 즉, 이러한 기술을 실제 제품과 서비스에 어떻게 적용해 돈을 벌지 생각하는거다. 회사에서 타이틀은 엔지니어지만, 실제로는 실제로는 전략/기획과 더 가깝다.

-한국에서 학사를 마치고 독일에서 공부를 이어가게 된 계기는?
한국에서 전자공학 학사를 마치고 프로그래머로 5년 간 일했다. 프로그래머들은 회사를 자주 옮기는 편인데, 나도 1년에 한 번씩 회사를 옮겼다. 이직을 앞두고 3개월 동안 베를린에 여행을 왔다. 2004년 10월쯤이었다. 

3개월 여행이라 어학원을 끊어서 독일어를 배웠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갈 때쯤 되니까 여기서 살아도 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여기저기 이력서를 넣었다. 당시만 해도 지금처럼 외국인 개발자를 관대하게 뽑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그래서 머물 방법을 찾다보니 여기서 대학을 나오면 좀 쉬울거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어학비자로 바꾸고 대학을 준비했다. 여행 올 때는 왕복 티켓을 끊었는데, 돌아가는 티켓을 쓰지 않았다.

-그러다 공부가 박사까지 이어졌다.
공부라기 보다는, 독일 공대 박사를 하면 돈을 꽤 준다(웃음). 그 과정 자체가 일종의 취업인 셈이다. 공대 박사는 들어가면서 동시에 고용계약서를 쓴다. 4대보험도 보장되고, 월급도 일반 직장의 석사 졸업생 월급 수준이다. 물론 학교에서 원하는 업무 수행능력이 필요하다. 

-공대 공부는 할만했는지.
공대 공부가 무척 지루하고 어렵다. 학사에서 박사까지 8년이 걸렸는데, 이 8년을 매일 고3처럼 살았다고 보면 된다. 정신적, 신체적으로 각종 병을 달고 살았는데, 화병 비슷한 것도 있었다(웃음). 

독일 공대, 졸업이 어렵다.
다만, 졸업하고나면 취업은 수월하다

-한국공대와 독일 공대의 차이점이 있다면?
한국에서는 대학에 들어가면 졸업한다는 보장이 있다. 그래서 그 시절에는 오히려 영어 공부에 신경을 많이 썼던 것 같다. 그런데 독일 공대는 한국의 고3과 같은 느낌이다. 처음에 한 과에 400명 정도 입학하면, 1학기 마치면 300명, 2학기 마치면 200명… 점점 줄어든다. 절반 정도만 학사를 무사히 마친다. 그만큼 독일인에게도 쉽지 않은 공부다. 나는 나이 때문에 원동력이 생겼다. 꾸물거릴 시간이 없으니까. 

-안그래도 독일에 오려는 공대생이 많다. 추천하는가? 
결과적으로 한국 분들께 조언을 하자면 공대에 도전해보라고 하고 싶다.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공부이니까, 일자리 구하기는 가장 유리하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에게도 그렇게 조언한다. 독일 공대를 가라. 얼마나 좋은 회사에 들어가는지가 관건이지 먹고 사는 건 문제가 없다. 그래서 삶의 목표가 이쪽하고 맞는 분들은 오면 괜찮을 거 같다. 

독일 최대 통신회사 도이체텔레콤 ⓒDeutsche Telekom

-다시 회사로 가보자. 하루 일과가 궁금하다.
여기는 출퇴근이 자유롭다. 주당 노동시간 34시간 계약으로 일한다. 더 일하면 일한만큼 돈을 더 받는게 아니라, 휴가로 쓸 수 있다. 출근 전에 1시간 정도 컨디션 조절로 30분에서 1시간 운동을 하고 9시 30분이나 10시쯤 출근한다. 퇴근은 4시 반 정도에 한다.  

-독일의 직장 문화가 궁금하다. 한국과의 차이점을 바탕으로 소개한다면?
한국은 상당히 수직적인 계급구조가 존재한다. 위에서 시키는 일을 하는 식이다. 물론 여기도 계층 구조가 있다. 내가 있는 팀의 구조를 보면 몇 백명이 소속된 대규모 팀이다. 그 팀이 10개의 그룹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그 중 20여명이 속한 작은 팀에서 일한다. 거의 매일 같이 일하는 그룹은 4명 정도다. 

하지만 이 구조를 통해 일을 할당 받는 것이 아니라 각자 자기의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도이체텔레콤의 전세계 지부의 작은팀들이 전화를 통해 일을 같이 하기도 한다. 매번 프로젝트 단위로 몇 십 명이 일을 할 때도 있고, 몇 백명이 일을 할 때도 있다. 저희 팀 내에서는 제가 유일한 외국인입니다. 

-외국인 직원의 비율은? 어떤 언어로 일을 하는지?
우리 팀에서 외국인은 나 혼자다. 언어의 경우 팀원들 모두 영어를 잘하기 때문에 영어로 할 수도 있지만, 되도록 독일어로 하려고 노력한다. 

퇴근하면 회사폰은 끈다.
회사 ‘파티’는 일년에 두 번

-독일 취업의 장점으로 일과 삶의 균형이 좋다고 한다. 정말 그런가?
독일은 직장과 사생활이 완벽히 분리되어 있다. 회사 전화와 컴퓨터는 퇴근하면서 바로 끈다. 회사는 나에게 연락을 할 수 없다. 물론 비상상황을 위해 직속 매니저는 개인 핸드폰 연락처를 알고 있지만, 이때까지 연락온 적은 한 번도 없다. 동료들끼리도 개인 연락처를 잘 모르고, 알아도 전화 하지 않는다.

-회식은 진짜 없나?
먼저 회식의 개념이 없다. 일년에 두 번 여름 파티, 크리스마스 파티 정도가 있는데 거기도 원치 않으면 참여하지 않는다. 물론 회사 내에서 친한 사람들과 가끔 맥주를 마실 때도 있지만, 한국의 회식같지는 않다. 한국은 회식 대신 문화생활이라며 같이 뮤지컬도 보러가고 하는데, 독일 입장에서는 좀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다.

김주훈 박사ⓒ독밥/서다희

-왠지 스트레스가 별로 없을 것 같다. 그럼 회사 생활하면서 겪는 가장 큰 스트레스는 뭔가? 
독일어다. 

-(놀람) 
독일에서 15년 살았는데, 역시 가장 큰 스트레스는 언어다. 사람들이 15년 살았다하면 와! 독일어 퍼펙트 하겠네 하지만, 독일어는 인간이 배울 수 있는 언어가 아니다(웃음). 

일하면서 사투리, 그 사람의 개인적인 특성이 반영된 작은 차이까지는 세심하게 듣지 않으면 다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서 사실 영어가 편하다. 내가 영어를 잘해서가 아니라, 상대방도 외국어니까 중간에 맞추어지는 게 있기 때문이다. 

독일 생활 15년차,
가장 큰 스트레스는 독일어

회사에서 회의는 주로 독일어로 하기 때문에 하고 싶은 말이 많아도 100% 다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고개숙인 사람이 되어 앉아 있기도 하고, 하고 싶은 말이 머리 속에서 돌고만 있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고 독일어를 위해 영어를 소홀히 할 수도 없다. 다른 나라의 직원들하고는 영어를 쓰기 때문에, 양쪽으로 하는게 쉽지 않다. 

-언어만 극복이 되면 독일의 삶이 완벽해지는 건가? 
아, 독일 직장 생활에 대한 환상에 대해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독일에서의 직장 생활이 삶을 직접적으로 윤택하게 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어떤 부분에서 그런가?
수입 자체가 한국사람이 생각하는 만큼 그렇게 많지않다. 많은 이들이 오해를 가지고 독일 취업을 생각하는데, 예를 들면 한국보다는 돈을 많이 벌겠지 하는 생각이다.

특히 교육 수준이 높은 분들은 실망을 더 많이 한다. 임금으로 치면 독일의 큰 회사보다 한국 대기업이  2-3배 더 많다. 그래도 한국 기업에 안 가는 이유는 돈 보다 더 중요한 게 있기 때문이다.

-그 악명 높은 세금 때문인가?
독일 회사에서 일하면 먹고 사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하지만 세금을 많이 뗀다. 미혼자는 기본적으로 임금의 42%가 세금 등으로 공제된다. 나의 경우는 늦게 시작했기 때문에, 회사에서 제공하는 사연금을 추가로 들었다. 월급의 56% 정도가 공제되는 것 같다.

-그렇게 연금과 세금을 내고 나면, 노후 보장이 되지 않나.
비교하자면 한국의 국민연금이 수익성이 높다. 다만 독일은 실직 등의 고용보험 등이 있기 때문에 크게 저축하면서 살 필요는 없는 것 같다. 하지만 퇴직 후 국가 연금으로만 살 수는 없어서 사적으로 연금보험을 하나 정도 더 들어 놓는 경우가 많다. 나 또한 그렇다. 모두 노후가 되어서도 왕년에 자기가 벌었던 수입 정도는 지켜지길 바라기 때문인 것 같다. 

내가 원하는 일이 아니라,
시장이 원하는 일을 찾아야 한다

-최근 독일의 일자리 트렌드에 대해 조언을 해준다면? 
공대를 추천한 이유를 다시 설명하고 싶다. 베를린은 정말 일자리가 많은 도시다. 외국인도 많고, 외국인에게 일자리 주는 것에 거부감도 덜하다. 그런데 회사는 사람을 못구하고, 사람들은 직장을 못 구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왜 그럴까?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공부를 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베를린 스타트업 70%가 IT기업이다. 이런 상황에서 문과계열의 자리가 부족한 건 당연한 현상이다.  

졸업 이후 기본적인 충족, 먹고 살만한 일자리를 구하고 싶다면 시장만 탓할게 아니라 시장을 추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공대를 가거나, IT기술 익히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역시 또 이과인가.
물론 꼭 전공을 하라는 말은 아니다. 웹 프로그래밍, 웹 디자인같은 간단한 IT기술이라도 도움이 된다. 여기서 전공보다도 실력이 중요하다.

한국인이 잘하는 게 있다. IT대국인데 빨리 빨리 배운다. 한국에서는 6개월만 공부해도 웹프로그래머, 웹디자이너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배워서 자기만의 포트폴리오를 만들면, 먹고 사는 게 어렵지는 않다. 인문학이 중요하지 않다는 얘기는 결코 아니다. 다만 시장에서 수요가 적다는 이야기다.

-독일 취업을 원하는 분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 ‘한국 사람만의 강점’이 있을까?
여기는 기본적으로 한국사람에 대해 호의적이다. 굉장히 성실하기 때문이다. 나쁘게 말하면 순종적이라 볼 수 있지만, 대를 위해 나를 희생할 줄 안다. 이게 사실 독일 동료들한테 좋게 보이지는 않는다. 매니저만 좋아한다(웃음). 

독일 취업은 시간과 돈을 바꾸는 것

-결심을 앞둔 이들에게 해 줄 말이 있다면?
독일에 와야하는 이유가 뭔지 잘 생각해보면 좋겠다. 타지 생활이 결코 쉽지 않다. 특히 독일의 어떤 점은 한국사람들이 견디지 못하는 게 있다. 느리고 관료적인 행정 시스템 같은 것들이다.

독일이 동화 속에 존재하는 이상적인 나라는 결코 아니다. 돈도 그만큼 못 번다. 시간과 돈을 바꾼다고 생각하면 가장 맞을 것 같다. 돈을 좀 덜 벌고, 일을 좀 천천히 하겠다고 생각한다면, 무한한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D

인터뷰: 독밥
정리: 이유진, 이은서
사진:
서다희

* 도이체텔레콤 김주훈 박사가 전하는 코로나 시대 독일 기업. 곧 이어집니다(!)